청호웹진 7월호

심리이야기4

마음가짐(mindset)의 威力과 과학으로서의 심리학

- 김세곤 / 청호불교문화원 상임이사 -

1. 마음 자세(가짐)의 중요성과 그 심리적 힘

마음 자세(가짐)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곤궁에 처하거나 위기극복의 순간 또는 심한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때 사용하는 심리적 각오, 의지나 믿음의 강도 혹은 방향성 등을 일 컷는 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시험이나 스포츠 경기 등을 목전에 두거나 혹은 새로운 도전이나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자주 듣게 된다. 가령 ‘마음 단단히 먹고 시험에 응해!’ ‘너는 할 수 있어!’ 라고 하는 식으로 마음의 각오나 의지를 다잡도록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하고 또는 그런 언어적 지원을 받은 경험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그 기저에는 단단한 마음가짐(믿음이나 신념 등)을 통해서 갖게 되는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이 경기의 승패나 목적 달성에 크게 작용한다고 통상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와 반대로 마음가짐이 부정적인 형태나 방향으로 발현되어 생각(사고)이 크게 편향되고 왜곡된다든지 또는 어떤 믿음에 너무 과도하게 경도되어 고착되어 버릴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까지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문제화되어가는 과도한 팬덤 정치성향의 폐단도 그 비근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SNS가 일상화된 디지털 가상사회라고 하는 급격한 사회환경변화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도 정보의 출처나 정보오류 같은 문제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오직 자신이 믿고 신뢰한다는 이유와 좋아하고 끌린다는 감정,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선입견이나 추정만으로 묻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맹목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들도 그런 사례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심리적 의사결정 과정과 그런 심리적 경향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합리주의와 논리적·창의적 사고가 대세를 이루는 21세기 첨단사회에서조차 마음가짐의 부정적 특성들이 더욱 심각한 상태로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런 현상의 원인과 그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심리나 문화 또는 진화심리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그런 심리적 편향과 독단성, 즉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의 원인 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근저에는 인간 개개인의 심리적인 복잡성과 다양한 문제들이 문화적·제도적·인습적 차원의 여러 요인들과 重疊的이고 複合的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발생하고 있음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마음먹기 혹은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그들 앞에 놓인 세상이나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마음가짐의 자세(사고방식이나 믿음 또는 신념체계 등)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자리에 따라서 세상살이가 때로는 극락(천국)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지옥이 되기도 한다’는 어느 스님의 법문이 생각난다.

page 출처 : 한국민족대백과사전

2. 마음가짐과 그 작용에 대한 초기 인류의 생각

마음가짐과 같은 심리적 기능이 인간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생각은 초기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음가짐(결심)이 되었던 마음 실행(의지)이 되었던 마음작용(기능)이나 심적 에너지와 상태가 그만큼 인간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 집단의사결정 과정 또는 심지어 문화적 진화과정(밈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인식(자각)은 이미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고증은 여러 고고학적 사료와 인류사적 문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가짐, 즉 생각이나 믿음의 중요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간파한 초창기 인류의 조상들은 주술이나 주문을 통해 자연신 또는 物神에게 자신이나 가족 나아가 소속집단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또한 천재지변과 자연재해로 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행운과 안녕을 비는 의례나 관습(복을 비는 의례나 염원이나 주문과 같은 숭배의식과 미신 또는 자기 확신이나 믿음 등)은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여러 문화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튼 이러한 인류 초창기 多神主義 사고 중심의 주술적·의례적 문화 형태에서 출발하여 마음 혹은 정신이나 영혼을 중시하고 대상을 숭배(물활론적 사고에 기반한 자연신 숭배 등)하는 움직임들은 현실 속에서 점차 신화나 종교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나아가 점차 철학이나 심리학과 같은 학문영역으로까지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다양한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특히 불교는 “마음의 종교”라 불릴 만큼 마음 즉 식(識)작용을 강조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의 신비와 비밀(마음의 위대성)에 대해 붓다의 가르침을 전수한 탁월한 영적 에너지를 지닌 명상수행 실천가들은 그들 자신의 실제적인 깨달음과 자각체험에 기초해서 매우 체계적이며 정교한 ‘아비담마 불교’라고 하는 초기 불교 이론을 확립해 갔다는 역사적 사실은 마음가짐의 힘과 에너지(주의력, 집중력, 알아차림 즉 마음챙김, mindfulness 등)를 매우 중시하는 현대 심리학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사료 된다.

page 출처 : 동국대학원신문(2015.09.21.)

3. 마음(心)과 식(識)의 비밀에 도전하는 과학으로서의 심리학

한편 우리가 일상에서 마음을 간단히 한마디로 정의하여 설명하는 일은 여간 至難한 작업이 아님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한다고 해도 마음(心) 또는 식(識)의 본질과 그 비밀을 올바로 파악하여 정확히 알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음 다짐을 아무리 해도 그것은 언어나 생각 수준에 단순히 머물고 그냥 口頭禪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일상 경험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날 마음가짐의 심리적 힘과 그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추세도 인지과학은 물론이거니와 행동과학과 신경과학(뇌과학)이나 자연과학 심지어 인문과학과 사회과학과의 융합적이고 통합적 차원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는 마음의 비밀(신비)이나 마음 작용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의 출발점이 서구냐 동양이냐 하는 논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본격적인 마음연구가 종교에서부터냐 혹은 철학에서 먼저 시작되었나 하는 논의 또한 본 장에서는 필요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마음이나 의식 관련 학문 연구의 흐름에서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 했지만 점점 더 학제적 차원의 연구가 대세를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연구추세의 변화에는, 말하자면 마음과 마음작용의 중요성, 나아가 마음의 신비와 그것을 밝혀보려는 궁극적 시도는 결국 인간의 心(마음)이란 현상 또한 자연과 사회환경, 지구 행성과 우주와 분리해서는 논할 수 없다고 하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의 발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명한 이론물리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1918-1988)’이 남긴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이 인류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다”라는 명언처럼 결국 인간의 몸(물질)이든 인간의 마음(정신)이 되었든 간에 모든 것(만물)은 原子로 수렴된다는 그의 科學的 修辭의 문장은 마음의 비밀(신비)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또 다른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암튼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 굳이 구분해보자면 오늘날 마음에 관한 과학은 심리학이라 할 수 있다. 즉 심리학 관련 분야가 가장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음연구의 전문 분야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근래 현대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마인드 셋’(mindset,속칭 ‘마음가짐’ 으로 번역하기도 함)의 의미와 그것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마음의 종교라 할 수 있는 불교적 관점에서 그 연관성을 모색해보는 작업도 매우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