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웹진 7월호

법률속의 부처님법 이야기 4

아함경과 형법상 財物

- 서형교 / 청호불교문화원 상임감사 -

page 출처 : 오마이뉴스(10.03.12)

무소유는 富에 대한 그릇된 마음가짐과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는 것

재물에 관하여 불교는 무소유와 무소득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출가자와 달리 재가자에게는 정당한 방법에 의한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권유하신다. 『앙굿따라니까야』에도 “고귀한 제자는 근면한 노력으로 두 팔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얻고 모으고 벌어들여 정당한 방법으로 재물을 소유한다.”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재물을 모으되, 노력 없이 재물을 얻고자 하거나 재물을 얻고자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여러 곳에서 재물에 관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하시는데, 홍콩 작가 리앙즈웬(梁志援)이 쓴 “너는 꿈을 어떻게 이룰래?”에는 부자의 개념이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이해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부자아빠가가 아들에게 지금 우리가 얼마나 부유하게 사는지를 깨닫게 하려고 가난한 시골마을로 여행을 보냈는데, 여행을 다녀온 아들은 아버지에게 여행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 “우리 집에는 수영장이 하나 있지만 그 집에는 끝없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고, 우리 집에는 전등이 몇 개 있지만 그 집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었고, 우리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지만 그 집에는 넓은 들판이 있었고, 우리 집은 가정부의 도움을 받지만 그 집은 서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었고, 우리 집은 돈으로 먹을 것을 사야 하지만 그 집에는 돈 없어도 논밭에 손수 기른 먹거리들이 가득했고, 우리 집은 높은 담장만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 집은 이웃들이 서로 보호해주고 있었어요. 아버지, 저는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 집인지를 비로소 깨닫고 왔어요.”

富에 관한 얕은 생각을 가진 아빠와 달리 부처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아들의 마음가짐은 참으로 가상하고 지금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가르침이 어깨를 툭 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업가인 하비 맥케이(Harvey Mackay)의 명언이 떠오른다.

Being rich isn’t about money. Being rich is a state of mind.

그렇다. ‘부(富)란 것도 결국 돈이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富에 대한 그릇된 마음가짐과 부질없는 욕심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곤 한다. 이에 관련한 사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하나를 소개한다.

A(청구인)는 2018. 10. 5.경 서울지하철 ○○역 ○호선 승강장에 있는 유료자동설비인 자동개찰구에서, 지하철 요금 1,350원을 지불하고 승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불하지 아니한 채, 만 65세 이상의 국민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경로우대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개찰구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부정하게 전동차에 승차한 것을 비롯하여, 총 10회에 걸쳐 합계 13,500원의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부정 승차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9. 4. 18.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963). 이에 A는 항소하였으나 기각되고, 상고심(대법원 2019도13148) 계속 중 형법 제348조의21)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19. 11. 14. 상고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A는 2019. 11. 18.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열거하지 않고 단순히 ‘부정한 방법’이라고만 규정하여 수범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상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부정한 방법’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용어로만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결과, 법원은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증표나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 역시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형법 제348조의2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 중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올바르지 아니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서 권한이 없거나 사용규칙․방법에 위반한 일체의 이용 방식 내지 수단을 뜻하고,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은 특정 유료자동설비의 이용을 위해 당해 유료자동설비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할 것으로 정해진 통상의 요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일체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타 유료자동설비’란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일정한 급부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또는 자동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문언의 의미를 뛰어넘지 않는 한 정보기술 등의 변화 및 발전 상황에 따라 법관의 보충적 해석 작용에 의해 충분히 탄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2)에 위반되지 않는다(2021. 10. 28. 2019헌바448).”라고 결정하였다.

page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정당한 방법이 아닌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 그 잘못을 덮으려 해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이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 형법의 취지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결정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팔정도의 5번째인 正命에서 바른생활, 즉 정당한 방법으로 적당한 의식주를 구하는 생활을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아함경』의 ‘선생품’에는 “재물을 모으되 벌이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듯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 먹고 사는 살림에 만족함을 눈 뜨고 자기 직업에 게으르지 말며 틈틈이 모으고 쌓아 가난하고 어려울 때를 대비하라. 밭 갈고 장사하며 목장 만들어 짐승 먹이고 마땅히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방사를 지어라. 이렇게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가 강물을 받아들이듯 재물이 줄지 않고 늘어나리라.”라고 일깨우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갖 눈속임과 술수가 쉼 없이 찾아들어서 조금만 방심해도 자칫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세상일수록 형법의 규율 이전에 부처님법을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적당한 의식주를 구하는 바른 삶을 일구어 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1) [심판대상조항] 형법 제348조의2(편의시설부정이용)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2)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