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존재, 물을 그린 피아노 작품으로 격조 있는 여름을 맞이해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물’이다. 인간의 몸의 무게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물은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이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의 형태이기도 하다. 특히 강, 호수, 바다, 안개, 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물’은 여러 음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과 관련된 작품들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지루한 장마, 혹은 찌는듯한 무더위를 잊으면 좋겠다.
피아노 작품 중 가장 익숙한 ‘물’에 관한 작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먼저 <빗방울 전주곡>을 떠올릴 것이다. 이 곡은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음악을 대표하는 프레데릭 쇼팽 피아노 작품인 <24개의 전주곡 작품 28>의 열다섯 번째 곡으로, ‘빗방울’이라는 부제로 더 유명하다. 쇼팽은 이 작품에 특별한 제목을 붙이지 않았지만, 이 곡이 유명해지자 사람들이 별칭을 붙였다.
원래 전주곡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긴 모음곡의 시작이나 도입을 알리는 짧은 악곡이었으나, 19세기에 들어 그 의미가 사라지고, 독립된 악곡이 되었다. 쇼팽은 J.S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4개의 전주곡집을 작곡했는데, 바흐는 24개의 모든 조성을 반음씩 올라가는 순서로 배열했지만, 쇼팽은 5도관계(circle of fifth)로 구성했다. 왈츠, 마주르카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소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 작품집은 쇼팽이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에서 요양하는 동안 완성되었고, 특히 <빗방울 전주곡>은 그의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