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발우는 생명 존중과 지속적인 공양을 상징한다
지구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줄이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를 종이로 바꾼다고 하지만, 이것은 다만 플라스틱의 문제가 아니다. 종이를 쓴다고 그것이 환경을 살리는 길일까? 오히려 종이를 쓰고 버리는 것보다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디자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플라스틱 안경테가 그렇다. 갈색의 얼룩이 있는 플라스틱 안경테는 과거에는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매우 값비싼 물건이었다. 그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고 천연제품을 사용하자”는 것은 마치 플라스틱 안경테 대신 거북이 등껍질을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되어 버릴 수 있다. 방점은 플라스틱이라는 재질보다는 ‘1회용’에 더 두어야 한다. 그래서 에코백, 텀블러, 나아가 그릇(용기)까지 들고 다니자는 광고도 있었다.
이처럼 1회용품 쓰지 말고 자신의 그릇을 들고 다니자는 운동의 시초도 부처님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우(鉢盂)다. 바리떼라고도 하는데 산스크리트어로 발우를 뜻하는 ‘파트라(patra)’의 발음에서 나온 단어다. 발우는 불교수행자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탁발로 생계를 유지하겠다고 결심하셨을 때부터 이미 발우도 그 원대한 마스터플랜 속에서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꼭 발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연잎에 받아서 그릇처럼 쓰고 버리는 방법도 있고, 또는 값싼 1회용 토기 그릇도 대안이 될 수 있다.